사진/일상2010. 5. 9. 22:34

대학 동아리의 한 선배언니가 차리신 까페에 놀러가서 판매하고 있던

예쁜 카네이션 종이화분을 슬쩍 사와서 부모님께 드렸다.
길거리에 파는 그 어떤 화분보다 이게 제일 이쁜 것 같다는 말씀에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좋아라 했음. 선배언니의 미적 센스에 감탄했다
.

난 소위 남들이 말하는 '효녀' 축에 속하는 딸이 아니다.
장녀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30이 되어가면서까지 아직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보내드리지 못 하였고, 독립은 커녕 결혼도 못 하였다.
게다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매년 수입도 불규칙적이다.
이쯤되면 효녀축 정도가 아니라 불효녀라고 표현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은 그저 너희들이 건강하길 바란다고 하신다.
너희 신세를 지지 않고 우리 건강과 우리 앞으로의 살 길은 직접 책임질테니
너희들 인생에 집중하고 독립하는데 힘을 기울이라 하신다.
제대로 된 인생관을 지니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을 더 강조하신다.


5월 7일.
나의 음력생일날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축하 문자.
------------------------------
딸아 생일 축하한당
항상 건강하고
하고 싶은거 열심히 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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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핑 돌았다.
어릴적부터 많이 꾸지람을 듣고 자랐지만
중학교 올라가고나선 절대 매를 들지 않겠다고 하셨고
그 약속을 철저히 지키셨던 울 아버지.
그 때 당시엔 참으로 원망도 많이 하고 첫째라고 나만 꾸지람을
많이 받은 것 같아 속상하고 억울해 하였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그 당시의 매질은 '공부'를 안해서의 꾸지람이라기보단
'도덕적으로 잘못 했을 때'의 매질이 대부분이었고 원리원칙을 되도록
지켜야한다는 지금의 나의 태도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 무척 감사하다.

특히 우리 부모님은 지금껏 공부로 압력을 주신 적이 거의 없으시다.
소위 말하는 학원도 원하지 않는 한 일부러 보내주신 적도 없고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못 하였던 것도 있다 ㅎㅎ;)
아버지가 무척 엄하시긴 했어도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신 적이
거의 한 번도 없다고 자부한다. 그로인해 하고픈 것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 나 자신의 마인드가 자랑스러우며 그걸 가능하게 환경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주신
부모님이 또한 자랑스럽다. 난 대학교 졸업 이후로 지금껏 내 의지대로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뭐든 실행에 옮겨왔고 도전해 왔다.
그 때문에 나이에 비해 이룬 것이 적고, 앞을 모를 불안함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고,
아직은 자식으로서 많이 부족하며 '불효녀'축에 속해 있지만

내 나름의 의지로 조금씩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그림공부, 그리고 삶에 있어서의 배움을 게을리 하고 싶지 않고
원리 원칙을 지키면서 또한
창조적인 삶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싶고
보다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이 모든 의지를 있게 한 것은
부모님의 무언(無言)의 지지가 아닐까 싶다.

항상 당신들 자신이 모범이 되어주시고 본보기가 되어주시며
부지런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것을 싫어하시는
우리 부모님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내가 당신들 입장이었더라도 제대로 제 구실 못 하고 있는 딸내미를 보며
못내 답답해할 만도한데, 언제나 인내하시며 그저 바라봐 주셔서 감사하다.
오히려 뒤엔 부모님이 있으니 네 하고픈 대로 열심히 살라고 해주신다.
금전적인 부담은 못 해주더라도 정신적인 지지가 되어주신다 하신다.
이런 훌륭한 부모님께 언제나 내 자신의 일만으로 정신이 없다고
제대로 보답을 드리지 못 한 것이 항상 죄스럽다.


아..언젠가..
울 부모님에 관한 그림책을 내고 싶다.
(...사실 난 지키지 못 할 약속을 미리 말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지만서도.)
못 이루게 되더라도 노력하고 싶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 부모님과의 일상에 관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 어떤 형태로던.
(이런 자그마한, 하고픈 꿈으로 머리 속이 가득해질 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유형의 무언가로 남길 수 있는 수단으로서 그림이란
참으로 훌륭한 도구다.)

 아, 그치만 그 전에.
비행기 한 번 태워드려야할텐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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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ero.s